『우리가 공유하는 시간』은 지난 20년간 우리가 공유해 온 공연예술의 미학적, 형식적 도전과 이를 주도해 온 예술가와 기획자의 비전, 태도, 통찰을 회고한다. 동시대 예술과 접목하지 못하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예술의 장을 개척한 페스티벌 봄 이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를 거쳐 옵/신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교류와 담론 구축을 일궈 온 기획적 시도들을 반추해 본다. 이는 이들을 통해 활성화된 예술적 혁신의 유산이 무엇인지 돌아봄과 동시에 오늘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어떻게 연장해 갈 수 있는지 고민하기 위함이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지난 20년 동안 거대한 영감과 꾸준한 노력의 원천이 되었던 국내외 예술가, 기획자, 연구자, 그리고 관객에게 보내는 존경과 찬사이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공유했던 시간을 회고하면서도 과거의 화려한 가능성과 약속들에 안주하는 것을 넘어 예술계의 지형 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한 신념과 노력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으로 전환하려는 염원을 담는다. 이러한 염원은 미래를 일구는 과정에서 중요시되었던 질료들을 다시 모아 그것들이 머금었던 가능성과 한계를 반추해 보고 위기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그려 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동시대 예술이 우리에게 전하는 정신이자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