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주차
- 베를린/스톡홀름
- 무용
11.16.목 19:30
11.17.금 19:30 공연 후 작가와의 대화
11.18.토 19:30
- 송은
- 95분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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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으로부터 힘을 얻다› 관람 시 우선 예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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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여석에 한해 무료 티켓 오픈
11.16.목 19:30
11.17.금 19:30 공연 후 작가와의 대화
11.18.토 19:30
밤 12시를 넘긴 주차장. 끊어진 하얀 선들이 멜랑콜리를 가로지른다.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창문 밖으로 담배를 내밀고, 혹은 난간에 기대어. 찬 공기가 들어오는 옷은 하루의 오해들과 사회생활이 잔뜩 묻어있지만 주머니 속엔 아무것도 붙잡을 게 없다. 밤의 주차,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열쇠를 돌리는 순간 눈물이 차오른다, 혹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함이었을 수도.
공원에서 보내는 밤의 시간, 때로는 방향이 결여돼 있다. 몇몇 동물들도 프랑스인지 영국인지 하는 공원에서 밤사냥을 한다. 이야기들이 시작할 용기를 발견하는 풍경들. 해질녘 같은 공원들은 갈 곳이 없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변신의 주인들. 주차장과 어스름한 공원 방황 사이에서, 정체성이 삼켜지고 감각이 힘을 얻어가는 한층 더 가우스적인 흐릿함 속에서, 뭔가가 일어나거나 멈춘다. 결핍이나 갈망이 없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들숨과 같은 순간.
올해 페스티벌에서 스웨덴의 안무가 마텐 스팽베르크는 3명의 협업자와 함께 옵/신 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재방문하고 탐구해보며 모호함과 규정불가함을 향한 애착을 지속해나간다. 이는 응시와 함께 함의 생태들을 발견, 공유하기 위함이다. 시적인 명암 대비 속에서 구성적 정확성과 안무적 레이어링이 형태를 갖추며, 표면적인 무관심은 보는 이들에게 환상 같은 새로운 장소에 진입하거나 상상불가능한 곳으로 여행하거나 그저 영혼의 안락한 어둠 속으로 사라질 기회를 선사한다.
컨셉·연출: 마텐 스팽베르크
출연: 박진영, 이경후, 이민진, 마텐 스팽베르크
사운드: 리네아, 비올라 마르틴손, 마텐 스팽베르크
공동 주최: 옵/신, (재)송은문화재단
지원: 스웨덴예술위원회, 스웨덴 예술기금위원회, 독일 공연예술기금, 노이슈타르트 쿨투어, 스테핑 아웃
제롬 벨과 자비에 르 루와 등 프랑스 기반의 이른바 ‘농당스’ 운동이 일구었던 형식적 혁신 이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환경 속에서 무용은 어떤 비전을 미래에 투사할 수 있을까? 마텐 스팽베르크가 환원하는 동시대적 성찰의 초점은, 춤을 추는 행위다. 그가 ‘포스트댄스’라는 개념으로 수용하는 미학적 세계는, 예술과 언어를 전방위적으로 장악한 오늘날의 기호 자본주의에 포획되지 않는, 언어와 담론을 초과하는 춤의 ‘잠재성‘을 인식함으로서 춤의 자율성을 탈환하기 위한 몸짓이다. 그는 춤이 이념적 담론이나 정치적 태도를 실어 나름으로써 다시 예술을 도구화하는 오류를 경계하면서, 재현도 상징도 알레고리도 추상도 아닌 춤의 절대 자율성을 추구한다. 극장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정치적 안건에 동조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보다 깊은 정동을 경험한 후 다음날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정치적’인 예술이라는 것이다. 옵/신 페스티벌은 지난 3년간 무용 창작, 워크숍, 출판, 공공프로젝트 등의 다각적인 프로젝트들을 통해 그가 제시하는 무용의 새로운 비전을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