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흉내›는 AR(증강현실)이나 VR(가상현실)과 같은 동시대 기술 매체와 몸의 관계를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함으로써 ‘환영’의 다른 가능성을 실험한다. 대부분의 기술 매체가 몸을 기술로 대체하려는 것과 반대로, 작품은 기술을 몸의 감각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극장흉내›는 몸을 경유해 환영이 만들어지는 경로를 탐험함으로써, 상상의 힘을 담지한 ‘몸’이 오늘날 무슨 의미인지 질문한다.
관객은 전달자와 함께 단둘이서 서촌 일대를 산책한다. 이 장소는 극장이 된다. 퍼포머는 관객에게 이야기나 단어를 전하는데 이때 관객은 언어의 감각적 상상을 통해 스스로의 이미지를 생산해 낸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청각화한다는 것은 보야나 스베이지의 말대로 ‘어떤 것의 착상과 착상 가능성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뜻으로 실증성 너머를 감각’하게 한다. 이는 기술 매체가 만들어낸 ‘실감’ 이미지를 소비하는 감각과는 다른 것으로, 소비 자본주의적 감각을 붕괴시킬 수 있는 ‘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환상이다.
연출: 위성희
전달자: 최은아, 박미리, 위성희
장소 협찬: 더북소사이어티, 슬기와민, 워크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