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햇살 아래 시간이 잠들었네
- 오슬로/서울
- 무용/퍼포먼스
- 11.16.목 - 11.26.일
- 화·수·목 15:00 - 20:00
- 금·토·일 14:00 - 20:00
- 월요일 공연 없음
- 더북소사이어티
- 30분
- 무료
- 한국어
메테 에드바센의 대표작 ‹오후의 햇살 아래 시간이 잠들었네›는 2020년 옵/신 페스티벌에서 소개되어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회고전에서 새롭게 준비된 4명의 살아있는 책들로 이 작품을 다시 만난다.
‹오후의 햇살 아래 시간이 잠들었네›에서 퍼포머는 살아있는 책이 되어 도서관에 소장된다. 도서관을 방문한 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 그 책은 독자를 도서관의 어느 장소로 데려가거나 바깥에서 산책을 하면서 자신의 내용을 암송한다.
살아있는 책의 도서관이라는 아이디어는 레이 브래드베리(Ray Bradbury)의 소설 『화씨 451(Fahrenheit 451)』에서 출발했다. 화씨 451도, 그러니까 섭씨 233도는 책이 타기 시작하는 온도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책이 위험한 존재로 여겨져 금지 대상이 되고, 사람들은 지식과 생각이 행복을 저해한다고 믿는다. 책이 금지된 이 사회에서 어느 지하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미래를 위해 책을 보존하려고 책을 외운다.
책을 외운다는 건 지난한 투여이자 계속되는 ‘하기’이다. 도달해야 할 결승점이나 실용적인 목표는 없다. 책 한 권을 외우는 행위는 끊임없는 기억과 망각의 과정이다. 정보와 지식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흩어지는 오늘날 가장 비효율적일 수 있는 이 활동은 몸에 기억을 각인시켜온, 몸에서 몸으로 ‘앎’을 전해온 과거의 감각을 소환한다. 그 더디고 비생산적인 움직임은 시간의 속도감을 잠시나마 늦추고 유토피아적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크리스 마커, 『북녘사람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김혜순, 『여자짐승아시아하기』
루이스 캐럴, 『판타즈마고리아』
구상: 메테 에드바센
함께: 김하연, 윤은경, 최범규, 편지지
사서: 김다형, 이주현
장소 협찬: 더북소사이어티, 슬기와 민, 워크룸
그래픽 디자인 프린트: 미쉘 부쉐어
제작: 메테 에드바센/ 앳홈&매니원
공동제작: 두벨스펠 - STUK 쿤스텐센트럼 & 30CC(로이벤), 댄스엄브렐라(런던), 콘스텐페스티발데자르(브뤼셀), 넥스느 아츠 페스티벌(발렌시엔, 릴, 코르트레이크, 빌뇌브 다스크), 빈 페스티벌(비엔나), 오슬로 비엔날레 퍼스트 에디션 2019-2014
후원: 노르웨이예술위원회
지원: 노르웨이 소리/영상 기금, 공연예술기금, 노르웨이 외교부, 플레폰드포리드오크빌데, 공연예술가기금, 플람스 정부
도움주신 분들: 벨기에왕립도서관, 사라 반히, 엘스 데 보트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메테 에드바센에 있어서 무대적 상황이 발생하는 임계점은 언어와 인지가 미묘하게 진동하는 일상의 경계들이다. 그의 ‘작품’은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형식 속에서 언어의 자극에 의한 신체적 반응의 떨림과 굴곡으로서 ‘발생’한다. 그것은 가공된 창작물이라기보다는 신체와 인식을 연결하는 ‘상황’에 가깝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적 상황이란, 신체의 움직임을 무대에서 미화하거나 전람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관계 속에서 참여자 각자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내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시공의 작은 변화에 퍼포머와 관객 모두가 집중하는 공유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에 잠식된 예술로부터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감상’이 아닌 행위에 대한 작은 돌봄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신념을 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