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밀 시트나

영상 스크리닝
29분

12.15.금 16:00 / 19:00
12.17.일 15:00 / 18:00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국내외 언론은 일제히 사건을 부작위에 의한 인재로 규정하고 책임을 국가 기관에 돌렸다. 그러나 아무리 국가 기관에 대해 분노하고 희생자에 대해 슬퍼해도 해명되지 않는 무력감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사실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맞닥뜨릴 때 온몸이 압도되는 무력감이다. 인간이 외부의 통제가 없으면 육신의 ‘있음’만으로 서로를 해치는 야만스러운 존재라는 사실. 인간이 도시 공간 속에서 스스로 생존하지 못할 만큼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 어쩌다 이토록 야만스럽고 나약한 인간 군중이 생겨났는지 납득해야 할 것만 같다. 그렇다면 주최측도 없는 행사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를 생각해야 할까. 또다시 거대한 자본주의의 문제로 이태원 참사를 편입시켜야 할까. 어째서인지 이태원 참사는 원인을 파악하려고 할수록 자꾸만 심연으로 빠지는 것 같다. 차라리 이태원 참사의 주체는 이 설명되지 않는 무력감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언론이 재현하지 않는 무력감을 성찰하는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는 무력감을 증언하지 못하고 침묵만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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